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 강제 시행? 생뚱맞죠?

  여준민

 

 여준민 ― 월간 <함께 걸음> 객원 기자
출처 - 한살림 소식지 9월호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한낱 유행어라 치부했던 것들도 다 그때그때의 상황과 세태를 반영해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뚱맞다’는 유행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인식하건 못하건 ‘생뚱맞은’ 일들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사건들에 유행이 되어버린 이 단어를 끼워 맞춰 보니 새삼스럽게도, ‘아, 세상은 생뚱맞게 돌아가는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하게 맞아떨어진다. 여하튼 이 ‘친절한’ 유행어를 수돗물불소화사업을 다시금 강제 시행하려는 「구강보건법 개정(안)」앞에 붙여보니, 그야말로 ‘딱!’이다.

“장애인에게 희소식이라고?”
장애인운동에 한 발 담그고 있는 나에게 장애관련 이슈를 살펴보고 안테나를 세우는 일은 중요한 일상의 하나다. 그 날도 장애관련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며 ‘건수’를 찾고 있는데, 낯익은 단어와 함께 눈살부터 찌푸려지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수돗물불소화 의무화 법안 발의-구강관리 취약한 장애인 등에 희소식.” 아니, 근 몇 년 동안 지난한 논쟁과 지역별 투쟁으로 이제야 간신히 중단되고 있는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다시금 ‘의무’적으로 시행된다니. 그것도 ‘구강관리에 취약한 장애인 등을 위해서’라는 듣고 싶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지난 6월 15일 열린우리당의 장향숙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여명이 수돗물불소화의 강제 시행을 주 내용으로 한 「구강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는 소식이었다. 주요 골자는 그 동안 지자체가 결정권을 갖고 불소화사업을 추진토록 한 것을, 무조건 실시를 전제로 한 후 주민의 1/2이 반대할 경우에만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이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식이었다. 특히 함께 활동하기도 했고 장애계의 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장향숙 의원이 발의를 주도했다는 당혹감이 컸다. 도대체 그간 있었던 논쟁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는 있는 건지, 효용성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건강과 생명의 관점에서 한번이라도 고민해보았는지 궁금증이 밀려들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끌어온 수돗물불소화반대 활동의 의미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수돗물불소화사업은 1981년 진해시를 시범지역으로 시작해 근 20여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98년 녹색평론을 통해 불소화의 위해성과 충치 예방의 효용성 측면에서 논쟁이 불거지고 여러 사례와 증거자료를 통해 위해성이 증명되면서, 점차 시행 중인 지자체마저도 하나둘씩 중단해가고 있는 추세였다. 이것은 국가가 ‘공중보건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제도를 실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반대로 국가가 ‘권장’ 수준을 넘어 강제적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장향숙 의원 측은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무조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교묘한 위장술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실시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가 1/2일 경우에만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어떻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임의조항이라고 볼 수 있는가. 강제라도 시행하겠다는 의지는 스스로의 입장표명에서도 드러났는데, “국가 시책이 차질이 빚고 있다”거나 “구강보건사업 중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 민선 지자체장들이 주민들 눈치를 살피느라 부담스런 사업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그래서 실적이 없는 것은 문제”라는 등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 때문에 9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집행되지 못 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는데,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 지난 6월 초 이 사업을 집행하는 복지부의 ‘구강정책과 폐지안’을 반대하는 치과의사들의 1인 시위가 있었던 시점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반대율 1/2 안 되면 강제 시행?”

여기서 그 동안 있었던 찬반논쟁의 핵심을 일일이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두터운 자료집으로 나와 있는 그 길고 자세한 내용을 여기서 간추릴 자신도 없다. 아무튼 이 과정에 특히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쪽은 ‘불소의 적정 농도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기본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은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다.
찬성 쪽에 있다가 논쟁이 지속되는 걸 보면서 ‘몸의 입장’에서는 종합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하며 판단유보를 했던 대한의사협회의 입장마저도, “의약분업관계에서 복지부와 좋지 않은 관계였기 때문”으로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상황이니 말이다. 게다가 반대 논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다른 여러 과학적 증거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지만, 녹색평론의 김종철 발행인이 권위 있고 영향력이 있으니까 시민단체가 모이는 것이고, 거기에 조직적 힘이 강한 ‘한살림’(전북 지역의 경우 찬성이 92%였지만 한살림이 강해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예를 들며, 일부 지역은 찬성하는 주민도 많다고 주장)이 합세해 논란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과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불소함유에 대한 지역의 특성을 조사하고 과도한 불소섭취에 따른 부작용의 사례를 밝혀내고 주민들을 조직화해 낸 힘을. 그동안 포항과 청주, 과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업을 중단시켰다. 독극물로 분류되는 ‘불소’를 어린 아이들의 치아에 좋다는 이유 만으로 먹는 수돗물에 넣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몸에 들어온 불소가 체내에 축적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물을 마시는 주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 아닌가. 타당한 근거 아닌가. 뿐만 아니라 2001년 12월 안양에서는 불소저장소 관리 소홀로 다량의 불소가 학의천에 방류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재앙(?)을 경험하자, 그 유해성을 근거로 불소화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불소의 속성과 수돗물불소화의 위험성을 이만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또 있을까.

수돗물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건강과 생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 하천을 비롯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불안감 만을 야기시키면 논쟁이 어려워진다”고 잘라 말하는 장 의원 측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다면 도대체 판단의 근거가 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다시 봐야 할 불소화투입
현재 이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 때 논의되지 못 하고 11월로 법안심사가 미뤄질 것이므로 예상되고 있는데, 또 다시 ‘생뚱맞게’ 9월에 전격 처리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수돗물불소화 논쟁은 한국 사회에서 과학이 어떻게 사회화될 수 있는지, 전문가 영역이라 생각했던 과학과 보건의료 분야에서 소비자인 시민이 어떻게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로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은 물론 국가가 공중보건정책이란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를 명분으로 의무시행을 강제하려고 했을 때, 과연 약자를 위한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과제로 남겼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측면을 구체적으로 확장해나가는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와 일부 의원이 ‘생뚱맞게’ 개정안을 발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소중한 가치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