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와 시민자치의 원칙

  하승수

 

 하승수 - 변호사,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
《불소화반대소식》2003년 4월 제13호


 

 

 

 

 

 

 

 

 

  현재 과천에서는 199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수돗물 불소투입을 중단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시의회에서는 예산을 삭감한 상태이고, 시에서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수돗물 불소투입 예산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과천시에 사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수돗물 불소투입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아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불소투입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수돗물불소화를 추진해온 분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고귀한 것이지만,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수단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라면, 수돗물 불소투입보다 훨씬더 적극적인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의견은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다. 나는 다른 시민들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불소투입 문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불소가 투입된 수돗물을 마시고 있거나, 마시기를 거부하는 사람 모두 과천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돗물 불소투입에 관한 논쟁은 주로 불소의 위해성과 보건정책으로서의 적절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시민자치의 원칙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

  현행법상으로도 수돗물에 불소를 넣느냐 마느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결정사항이다. 구강보건법 10조 2항에서도 그런 점을 고려하여 "수돗물불소화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통하여 관계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돗물불소화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과천시는 구강보건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불소를 투입해왔다는 이유로 그동안 주민 의견수렴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마시고 사용하는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관료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잘못이다. 어떤 관료나 전문가도 '시민의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수돗물 불소투입에 찬성하는 목소리, 반대하는 목소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토론의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종적인 결정도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수돗물 불소투입 문제의 해법은 '정보제공 →토론 → 시민의견조사'의 절차를 밟음으로써 찾아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과천시의 주민들 중 상당수는 수돗물에 불소가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그리고 수돗물에 불소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주민들 중에서도 불소투입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근거들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

  그러므로 우선 찬반 입장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주민들에게 상세하게 제공되는 것이 첫번째 단계이다. 그런 후에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의 형식을 통해 시민들간에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토론을 통해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토론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수돗물 불소투입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아야 한다. 시민의견조사는 시민투표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전문적인 여론조사기관을 통해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을 통하는 경우에는, 그동안의 정보제공과 토론과정을 통해 수돗물 불소투입 논쟁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만 표본추출하여 의견을 조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켜야 할 대원칙들이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와 같은 중앙정부는 이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시민자치의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고 과천시청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의견수렴의 주체인 과천시청이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면, 절차적인 공정성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과천시 당국은 자기 입장을 가지지 말고 시민들의 의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과천시가 시민자치의 모범을 만들어나가기 바란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