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와 인권교육

  박옥주

 

 

 

 

 

 

 

 

 

 

 

  이 글은 청주의 '마을 공동체 교육연구소'가 곧 펴낼 수돗물불소화 관련 자료집의 한 장(章)을 요약 정리한 것인데, 이 자료집은 수돗물불소화의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인권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료집이 필요하신 분은 국민연대 사무국이나 청주 수돗물불소화 중단을 위한 시민행동(043-234-0429)으로 연락하면 된다.

박옥주 - 청주 용암초등학교 교사
《불소화반대소식》2002년 8월 제11호


  수돗물불소화에 대해서 이제는 개인의 건강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지역과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권의식을 내면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인권교육을 실천하는 사례가 있지만, 인권을 단순히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인권'은 인지적으로 배워야 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내 생활 속에서 인권문제를 발견하고 습관과 태도를 고쳐가는 과정이 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불소화' 문제를 가지고 인권교육 프로그램과 관련시켜 진행하였다. 여기 우리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사례를 정리한다. 이번 '불소화' 문제가, 우리 교사와 부모, 사회운동가와 지역사회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권교육의 생활화

  학생들이 인권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려면 인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인권을 바탕으로 한 학급운영을 해야 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언제든지 교사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비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구조에서 실제 아이들의 인권을 가장 많이 침해하는 사람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쉽고 자연스런 방법이 아동인권선언문과 아동보호법, 세계인권선언문을 교실에 걸어놓고 침해사항이 있을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권선언문과 국제인권협약의 내용을 알고, 자신의 삶의 문제로 생각하고 해결해본 경험이 있을 때 인권의식은 자연스럽게 자라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문제를 바탕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해왔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믿고 스스로 문제해결의 힘을 갖게 되었을 때 (교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나눠 갖게 되었을 때)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교실운영과 학습에서 어려웠던 문제들이 쉽게 풀릴 수 있었다.

  우리 연구소가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정으로 제안한 인권교육의 네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걸어놓기 ②표현하기 ③약속하기 ④확대하기 단계로 설정해 제안하고 있는데,

  첫째, 걸어놓기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인권에 대해서 항상 느끼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둘째, 표현하기 단계에서는 생활에서 느끼는 부당함, 특히 교사의 부당함을 직접 말이나 글로 표현하며,

  셋째, 약속하기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던 규칙을 아이들과 토의하며 함께 잡고, 아이들 스스로 내적동기를 가지고 실천하도록 한다. 또, 약속을 잡을 때는 구체적인 문제가 있을 때 즉, 왕따 문제나 별명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인권조약에서 어떤 것과 관련되는 것인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동규범을 정하고,

  넷째, 확대하기 단계에서는 학급운영에서 그 규범을 확립한 후, 교과공부와 사회 문제로 그 의미를 심화·확장시켜 나가도록 했다.

 

  수돗물불소화와 인권교육

  수돗물불소화의 문제를 가지고 인권학습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이미 인권협약을 걸어놓고 같이 규범을 만들어본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높은 공감속에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소화가 된 과정과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바로 '인권문제'임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떤 조항을 침해하는지 찾아보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모든 조항을 차근차근 눈으로 읽고,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조항이 나오자, 마치 노래를 부르듯이 큰 목소리로 조항을 읽었다. 놀이를 하거나, 나들이를 할 때처럼 신이 나 있었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불소화'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인권협약에서 해당 조항을 찾기까지 두시간 동안 쉬는 시간없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쉬자'고 하는 아이는 한 아이도 없었다. 오히려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떠드는 아이들이 있으면 "야 좀 조용히 해 봐!" 하고 항의하면서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그런데 '건강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좀더 깊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불소화'를 찬성하는 것도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성입장과 반대입장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토론을 통해 "치아의 건강을 위한 측면을 볼 때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게 하는 것', '계속 먹을 경우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을 먹게 하는 것'이 더 큰 인권침해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불소를 오래 먹을 경우 몸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권리를 침해한 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치아 건강을 위해서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방법보다, 치과 의사가 학교에 와서 이 닦는 법, 충치예방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 등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이렇게 찬성과 반대입장을 모두 살펴보면서 아이들은 인권조항을 스스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건강과 관련된 권리뿐 아니라, 언론·집회·결사의 자유까지를 찾아내었다.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표현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 모일 권리가 있음을 찾아낸 아이들은 정말 창조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우리반 아이들이 대통령과 시장에게 쓴 글의 일부이다.

 

…… 어린이 인권선언문을 보면 '건강을 해칠 수 없다'라는 조항이 나와요. 그런데 불소를 넣는 것은 곧 우리가 독극물을 먹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청주시민들의 의견도 전혀 듣지 않고 맨 처음 넣었다는 겁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저는 화가 너무 납니다.

…… 저는 이것이 인권침해이며, 시민들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원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우리 몰래 해도 되는 것입니까?
  저는 우리들이 권리를 잘 알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또한 사람이고,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하여서입니다.
  불소는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물질입니다. 충치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불소를 집어넣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며, 인권침해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의 법에서 어긋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제가 인터넷상에서 조사해온 결과에 따르면 불소는 원소기호가 에프인 할로겐원소이며, 우리 몸에 위험한 화합물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청주시민, 우리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불소를 넣는 것은 우리들의 인권을 무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예산까지 들어가며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데 충치예방은 안되고 오히려 몸에 해로운 불소를 청주시 수돗물에 더이상 넣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올립니다.

 

  아이들의 변화

  아이들과 수돗물불소화 문제를 가지고 토의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실천하면서, 인권교육의 내용이 훨씬 더 깊고 풍부해질 수 있었다. 자신의 문제, 지역사회의 문제, 환경문제 등 여러 쟁점이 걸려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아이들의 의식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얘기할 때 학교에서 서명운동을 하자고 하고, 100인 릴레이 시위에 참가하고 싶다며 실천적인 제안을 했고, 모든 아이들이 시청과 어린이청와대 마당, 청주시민행동 홈페이지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또 서명지를 만들어오기로 한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이 되자, 서로 내 책상 앞에 와서 서명용지를 내밀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만들어 왔고, 열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교사의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누구에게든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만약 어른들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공감대를 가지고 뛰어들어서 실천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교사·부모·사회운동가의 인권학습을 제안하며

  아이들의 변화가능성과 비교해 볼 때 우리 교사와 부모들은, 인권이란 말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고 낯설어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떤 일을 민주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하자고 하면 "뭘 귀찮게 그러냐?"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가 민주주의란 말 자체를 금기시하는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식도 습관이라고 할 때,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활화하는 경험이 축적되면, 성장했을 때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사회운영을 보고 아주 불쾌하게 느끼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교사, 부모, 지역사회 운동가들이 인권에 대해서 좀더 깊게 배우고 생각하는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앞으로 사회단체에서는 자신의 영역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 여성문제, 국제평화문제 등, 같이 생각할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내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공통의 인식기반이 만들어져 폭넓은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중에서 아이들이 찾은 관련 조항


제3조: 안심하고 살아간다

세계인권선언 병아리 포스터 - 우리의 권리! 나의 권리!우리는 누구나 생명을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제6조: 법의 보호를 받는다

우리는 모두 어디서나 똑같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인간답게 살아간다.

제7조: 법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며 차별적이어서는 안된다.

제18조: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우리는 누구나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을 바꾸는 것도 자유이고, 혼자서 또는 여럿이 함께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

제19조: 표현하는 것도 자유다

우리는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 있고 또 표현할 수 있다. 누구도 그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매체를 통해 국경과 상관없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제20조: 모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평화롭게 집회를 열고 단체를 만들 자유가 있다.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에게 소속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제25조: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

누구에게나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위하여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와의 사별, 노령 또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라가 제공하는 보장제도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어머니와 아이는 특별한 보살핌과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제26조: 배울 수 있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등기초단계의 교육은 무료여야 한다.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은 원하는 누구나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고등교육은 실력있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개방돼야 한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자기의 인격을 발전시키고 사람의 권리와 자유가 소중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 모든 나라와 모든 인종과 모든 종교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우호적으로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