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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는 안전한 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칼럼)

  심현정

 

심현정 -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불소화반대소식》2000년 3월 제5호


 

 

 

 

 

 

 

 

 

  물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물질이다. 특히 인간의 경우,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며, 몸속의 물이 1-2%가 부족하면 심한 갈증을 느끼고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2%가 빠지면 생명을 잃게 된다. 즉 물은 모든 식물과 동물의 생체구성물질로서 생명을 좌우한다.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는 숨가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 빈곤은 해소되었지만 개발논리에 의해 생태계는 파괴되고 소비자의 선택권, 안전권, 정보권, 환경권은 심각한 침해를 받아왔다. 특히 물의 오염은 개발에 의한 피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구는 특히 물에 대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지역이다. 91년 낙동강 페놀방류 사건은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근대화'에 의해 산업사회의 모델로 발전해온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은 이제 심각한 물오염에 의한 '개발피해' 지역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소비자들은 항상 불안하다. 비싼 가격을 무릅쓰고 정수기며 생수며 여러가지 안전한 물을 마실 대책을 마련해 보지만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물에 대한 선택에 있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과자, 빵, 청량음료 같은 모든 종류의 음식물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거의 없는데, 이 물이 깨끗하고 안전한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 현실이 이러하므로,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대하는 소비자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정한' 농도의 불소는 충치예방에 도움이 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체내에 흡수될 경우 혈류속으로 93%가 흡수되고 일부분은 몸밖으로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체내에 축척되는 불소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불소를 공공의 물인 수돗물에 투입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불소의 과다투입시 부작용에 대한 것은 이미 찬반양론에서 드러난 사실이고, 매일 마시는 음용수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당연히 과복용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돗물불소화 추진사업은 소비자보호법에 의해 보장된, 소비자가 불소를 투입하지 않은 물을 선택할 권리(소비자보호법 3조 3호)를 박탈하고, 유해성에 논란이 있음에도 추진됨에 따라 안전의 권리(소비자보호법 3조 1호)를 위협하며, 추진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음으로 인해 알 권리(소비자보호법 3조 2호)를 무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 소비자도 올바른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대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소비자보호법 3조 6호)를 요구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반영할 권리(소비자보호법 3조 4호)를 행사하여야 한다. 또한 스스로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소비자보호법 3조 7호)을 확보하여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소비자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소비자 안전에 관한 수많은 가슴아픈 사례들을 경험해왔다. 1874년 독일 화학자 자이들러의 실험실에서 합성된 DDT는 1940년대 이후 신비의 살충제로 추앙받아 학질, 황열병, 티프스 등으로부터 수백만의 생명을 구하였다. 하지만 불과 몇십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생태계 전체를 송두리째 파멸시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로 인식이 바뀌었다.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은 세대를 이어가며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수돗물불소화도, 그것이 아무리 국민의 보건복지 증진이라는 선의에 의해 주장된다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른 뒤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그들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보다 겸손한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

  인류가 그동안 많은 환경재난을 접하면서 내린 결론은, 자연은 자연의 속성과 생명의 본성을 그대로 둘 때 가장 아름답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인위적인 행동에 의해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에는 우리가 "손대지 않아야 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특정의 목적을 위해 어떤 물질을 물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돗물을 물의 본성에 가깝게, 생명이 살아있도록 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따라서 수돗물불소화를 반대하는 운동은 죽어가는 우리의 강과 하천을 살리고 맑은 물을 지키는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끝으로 맑은 물 살리기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물은 생명의 '젖줄'로 표현되듯이 여성성을 상징한다. 소비의 주체이자 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들은 맑은 물에 대한 누구보다도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 관심과 바람이 가족 테두리에 머물러 있을 뿐 자연 생태계의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노력과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여성성의 발현이야말로 근본적으로 물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수돗물불소화를 막고 맑은 물을 되살리는 일에 주부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주부의 한사람으로서 호소한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