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 이전에 올바른 구강보건사업을   (칼럼)

  박완희

 

박완희 - 진주보건대학 교수. 식품위생학
 《불소화반대소식》2000년 1월 제3호


 

 

 

 

 

 

 

 

 

  내가 사는 진주는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평소 역사의 자취가 사라지고 특색없는 도시로 변해가는 것이 늘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진주에 사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했던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무엇보다도 원수에서도 중금속이 거의 없는 남강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98년 6월부터 우리 시에도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보건계열 대학에 오래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불소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가 없었다.

  수돗물불소화 사업은 전문가의 일방적 판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후 사회적 판단으로 시행되어야 할 시책이라 생각한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사업이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구강사업이기에 채택해야 한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불소가 투여된 물을 먹고 싶지 않은 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강제 의료행위라 생각된다. 그것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수돗물 염소소독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판되고 있는 치약 중 거의 모든 상품이 불소를 치료약처럼 첨가하여 불소함유 치약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획일적인 실정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돗물불소화 사업과 불소보충제 사용은 1936년 딘이 관찰한 바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1ppm의 상수도 불소농도가 치아우식증 감소와 치아불소증 최소발생간의 가장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고 계산하여 세계보건기구는 식수의 불소농도 권고치를 1.5ppm으로 상한치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각 나라의 식습관 차이, 개인의 물 섭취량, 나이와 체중의 차이, 수돗물 이외의 차, 불소치약 등을 통한 불소노출 정도의 차이를 고려하여 정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등 서양인들과 달리 불소 등 무기질이 다량 함유된 해조류를 상식하기 때문에, 설령 불소의 우식예방 효과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일부러 먹는 물에까지 첨가하여 먹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불소의 과잉섭취가 당연히 우려된다.

  불소는 산업폐기물인 독극물이다. 잠재적 위험성이 전혀 없는 영양소가 아니다. 매일 먹지 않고 어쩌다 식품과 함께 섭취하는 식품첨가물도 동물 독성시험을 거치고 식품심의위원회의 심도있는 토의를 통과하여 허가되며, 잠재적 위험성이 밝혀지면 허가가 취소되는 것이 상례이다. 왜 불소만은 한번 투여하기로 했다고 해서 무조건 계속 투여해야 하나? 적절한 농도란 무엇인가? 개인차가 많은 사람들이 평생 먹는물 속에 투입하는 화학물질을 모두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더 근본적인 다른 예방책은 왜 시도되고 있지도 않는가?

  누구나 알듯이 치아건강을 보증하는 가장 쉽고 영속적인 방법은 균형잡힌 식사와 치아위생에 있다. 과자류, 청량음료류, 빙과류, 패스트 식품류 등 설탕이 과다하게 함유된 먹거리를 유아기 때부터 마음대로 먹게 하면서 불소화된 수돗물로만 치아우식증을 예방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예방책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치과전문인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에서 예방치과 영역의 중요한 교과목인 생화학, 영양학 등의 교과목이 아예 개설되지 않았거나 축소되고 있고 보건소에서조차 영양지도를 전혀 실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OECD 가입 선진국 30개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치아우식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실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선진국처럼 제대로 된 영양교육과 영양지도, 구강위생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는 우리도 예산과 인력부족만 내세우지 말고 선진국에서처럼 내원 환자들에게 식사기록지를 작성케 하고 식이상담과 영양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1979년부터 대학에서 배출된 치위생사를 치과진료 보조업무만 주로 담당하게 하지 말고 외국처럼 예방치과의 기초인력으로 임상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시 보건소부터 일반인의 치과진료는 시중 치과 병 . 의원에 맡기고 예방치과 영역을 주업무로 전환해야 하며, 예산 때문에 보건소나 학교에 상주하는 영양지도 담당 치위생사를 배치하기 어렵다면 각 지역에서 기왕에 배출되어 사장되고 있는 치위생사를 발굴, 재교육시켜 우선 파트타임으로라도 활용하여 다수의 학교에 순회하게 하면서 구강위생지도, 영양교육, 영양지도를 담당하게 한다면 짧은 시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수일지라도(소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먹는물까지 강제로 먹게 할 수는 없다.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21세기에는 수돗물불소화가 아닌 새로운 구강보건사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