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는 또다른 '바벨탑'  (칼럼)

  독극물 첨가는 위험천만한 일 … 생활습관의 변화가 중요

  박형규

 

 

 

 

 

 

 

 

 

 

 

  경남 거창군은 2000년 2월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주민단체의 반대로 계획이 중단된 바 있다. 그 후 거창군은 올 7월에 또다시 수돗물불소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지역의 치과의사, 한의사, 군의원, 시민단체 및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운동으로 의회에서 추진안이 부결되었다.  이 글은 그동안 불소화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거창의 개원 한의사 박형규씨가 거창군청 홈페이지 게시판 및 지역 언론사에 투고한 것이다.

박형규 / 한의사, 우석대 겸임교수
 《불소화반대소식》2001년 12월 제8호


  지금 거창이 수돗물불소화 문제로 시끄럽다. 수돗물불소화는 영세민들에게 충치에 대한 의료혜택을 주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고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그 도입을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그 부작용으로 인해 시행하다가 중단한 지역들도 있다. 즉 과학적, 의학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점들이 발견되면서 세계적으로도 그만큼 논란이 많아진 사업이다.

  하지만 이 자연 친화적인 소도시 거창에서는, 5세 이하의 유아들에게는 불소를 못 삼키게 하라던 치과의사들이, 군민에게 그 불소를 먹이려 하고 있다. 충치만 좋아지면 다른 문제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비록 지금은 많이 파괴되었지만, 거창이 가진 천혜의 자연조건은 보존되어야 할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도 이곳의 상수도를 불소화하겠다는 것은 예전 북상에 꽃동네 단지를 유치하려던 문제보다 결코 작지 않은 문제이다.

  불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소량이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들은, 굳이《녹색평론》이란 잡지를 통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를 사는 일반 시민들로서는 이미 잘 알고 또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본인은 한의사로서의 관점과, 거창의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한 관점에서 수돗물불소화의 반대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현대의 인공적인 문명은 인류에게 많은 발전과 편리함을 주었지만 반면에 인체에 많은 해악도 주었다. 현대적 질병, 문명적 질병, 선진국형 질병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현대문명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져다준 선한 일들도 많다. 그러나 인간이 그것들을 오용, 악용함으로써 역작용이 생겼고 그 결과 우리 주위가 썩어들어가고 있다. 바다가 썩고, 집 앞 도랑이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자연이 병들고 있다. 그 결과 손해보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이다.

  요즘 의학자들 중 일부는 굳이 한의학이 아니더라도, 자연주의로 돌아가는 흐름이 있다. 문제는, 이런 질환은 이래서 생기고 또 저런 질병은 저래서 생기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질병이 다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우리가 산다는 것이다. 한때 국가가 장려한 비료와 농약, 세제, 산업화로 인해 농토가 산성화되고 대기가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었으며 산성비가 내렸다. 우리가 먹는 과일, 과자, 음료수 하나하나가 그런 환경에서부터 생산되고 만들어졌다. 우리가 사는 집과 거리에는 곳곳에 고압선과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득실거리고 있다. 이제 환경호르몬이다 뭐다 해서 그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농법에서부터 복고풍이 불고, 그 심각성을 고쳐나가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파괴성 사업을 더 추진하고 있다. 크게는 새만금 사업에서부터 작게는 거창의 수돗물불소화 사업까지 말이다.

  요즘 각종 알러지나 아토피성 피부염, 암 등 면역성이 결여되어 잘 낫지 않는 질환이 많아진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심지어는 감기조차 장기화되고 있다. 병원에서 수주일, 수개월, 수년씩 질병을 치료하다가 치료하기 힘들 지경이 되어서야 한의원에 와서 보약을 달라고 하는 환자가 많아진다. 왜 인체의 면역기능이 옛날보다 약해지는가. 많은 과학자들이 식생활의 혼탁, 주위 환경의 혼탁 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예를 들어, 난치성 피부염, 즉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과자만 먹으면 더 심해진다. 쿠키나 사탕에 들어가는 정도의 양의 설탕, 염류, 방부제 어느 한 종류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설탕 하나가 당뇨를 만드는 것도 아니요, 소금 하나가 고혈압을 만드는 것도 아니요, 과자에 든 방부제만이 문제를 낳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누적되었을 때 복합적으로 인체에 문제를 만든다. 설탕과 염류, 어설프게 공급한 무기질이 오히려 체내의 무기질을 빼앗아 뼈를 무르게 하고, 인체의 연화작용을 일으키며 혈액을 탁하게 하여 당뇨나 고혈압, 골다공증, 골부전 등 인체를 연약하게 하고 병을 만들어간다. 불소화도 이런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불소는 수많은 현대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조건 및 환경조건을 만드는 인체외적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왜 인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하수에는 어차피 불소가 들어있으므로 불소화는 식수를 자연수에 가깝게 만드는 일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은 덜 오염된 물을 찾아 지하 암반수까지 파는 세상이 되었지만, 원래 인간은 지상의 순화된 물을 먹었다. 지하수는 암반에 들어있는 중금속들이 녹아있어 그 농도가 지상의 물보다 높다고 한다. 더군다나 조물주가 주신 그대로가 자연수일진대, 감히 인간이 다른 물질을 첨가해가면서 자연수라 할 수는 없다. 설혹 지상의 물이 모두 오염이 되어 지하의 물밖에 먹을 것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잘 보존해내는 일일 뿐, 그외의 모든 노력은 지금껏 우리 주변에서 인체에 가장 합당하고 아름다운 자연상태를 파괴해 온 일밖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돗물불소화는 스스로 높아지려는 오만과 욕심으로,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준 바벨탑을 쌓던 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를 것이 없다.

  인간들이 파놓은 채석장의 바위에서 녹아내린 중금속과, 공장들에서 조금씩 흘러드는 중금속들이 냇가의 작은 고기와 그것을 먹는 새, 작은 곤충들을 하나 둘 멸종시켜가는 것을 TV에서 보아왔는데, 아무리 극소량이라 한들 우리의 욕심으로 자연계에 또 중금속을 첨가시키는 것을 온당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그 투여량이 치명적인 양의 만분의 일밖에 안될지라도 결국 오염의 요인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자연적인 상태는 분명히 아닌 것이니까 말이다. 그것이 설혹 인체에 조금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자연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있으면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그것은 다시 인간에게 악영향으로 회귀되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염이 되어있는 형편에 불소를 하나 더 첨가한다고 어떻게 되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반인류적인 생각이다.

  수돗물불소화는 원천봉쇄이다. 아무리 좋은 의술이라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다. 편도선염이 잘 생긴다고 신생아들의 편도선 일부를 미리 제거하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 하물며 그 부작용이 의심되는데도 국민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원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하는 강제적 의료행위는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돗물을 먹어야 하는 군민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고, 임산부도 있고, 몸의 대사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어리석은 간섭, 즉 첨가하고 개발하고 파헤치고 잘라내는 것보다 그 자정능력에 맡겨져야 보존될 수 있고, 그런 자연 안에서라야 인체도 강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자연 또한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근래의 무서운 이상 기후의 근본 원인을 생각해 보라. 수돗물불소화는 분명히 인류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해 인간이 행하는 또하나의 폭력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