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사전예방원칙과 수돗물불소화   (칼럼)

  박병상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사무국장
 《불소화반대소식》2002년 4월 제10호


 

 

 

 

 

 

 

 

 

  그동안 진행된 수돗물불소화에 관한 논의를 들여다보면 찬반 양측의 주장에서 서로가 대체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불소가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점과, 몸에 축적되는 불소는 뼈를 비롯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안을 찾아볼 수 있겠다 싶다. 즉, 이는 튼튼하게 하면서도 뼈나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불소 함유 치약이나 양치액을 사용하는 대안, 가난한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에게 많다는 치아우식증(충치)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소나 동사무소에서 불소가 함유된 치약이나 양치액을 무료로 보급하는 사회보장 차원의 대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치를 유발하는 당분 섭취를 억제시키고 양치를 생활화하도록 아동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지 않을까.

  쥐약의 주성분이라는 점을 예로 들 것도 없이 불소는 명백한 독극물이다. 얼마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애리조나 피닉스시의 수도국 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연수에 포함된 불소농도를 조사한 후 기준에 따라 불소를 투입하고 있다면서도, 전문가로서 불소화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나는 "불소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불소화 이외의 대안이 존재하지만, 일단 불소화를 시행한다면 불소를 원하지 않는 사람의 대안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였다. 그는 내 지적에 동의하면서, 만약 불소화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드러나면 곧바로 불소투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불소화를 실시함으로써 대안이 사라진 피닉스시는 '불확실한 행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의 말은 불소화를 추진하기 전에 공정하고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불소화 추진으로 대안이 사라진 상태에서 어떤 수습책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불소화로 인해 드러난 문제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식의 전체주의적 주장은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겠지만, 우려가 현실로 규명된다면 영국과 유럽의 광우병에서 여실히 보았듯이 파급될 사회적 혼란은 파국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30년 전에 먹었던 DES라는 여성호르몬 유도체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FDA에서 안전을 승인했지만 과년한 딸을 난소암으로 죽이는 비극을 낳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FDA의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다. 하지만, 확실하다고 믿었던 DES와 광우병만이 아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도 당시 아무런 문제도 밝혀지지 않았다. 의심조차 없었다.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불소화에 대해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확실치 않은 문제는 '사전예방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우리는 수많은 피해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

  이를 반영하였을까. 그동안 치과계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소화에 찬성해오던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월 11일,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불소화 찬성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미래가 불확실한 것을 시행한 후 피해가 나타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러기에 사전예방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 대안보다 근본적 대안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나 또한 글이나 강연회에서 사전예방원칙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과 우리 노후의 건강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해 줄 사전예방원칙은 불소화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거라 믿는다. 이것이 생명공학을 반대하는 내가 불소화를 반대하는 강력한 이유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시행하는 불소화는 충치 해결만을 위한 최악의 강제적 의료행위다. 서두르지 말고, 대안 없는 수돗물불소화 이후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무엇이 진정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인지 함께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