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화를 지지하는
  치과 원장선생님 귀하   (칼럼)

  조유현

조유현 -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공동대표, 포항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불소화반대소식》2001년 10월 제7호

  무더운 날씨에 원장님께서 건강하시고, 가내에 두루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지역 치과의사회에서 수돗물불소화 반대 시민운동에 맞서 찬성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하였다는 소식은 언론에서 벌써 들었습니다만, 실지로 병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더라는 말씀을 며칠 전에 듣고 수돗물불소화 반대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누구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실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우리들의 견해가 어째서 그렇게 다르고, 달라야 하는지, 아마도 우리들의 본심에 대하여 오해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취지에 대하여 직접 말씀드리는 것도 도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 아닐 것이라고 여겨져 실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저희들이 수돗물불소화 반대 시민운동을 하는 이유는 첫째,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럴 수만 있다면 염소마저도 투입되지 않는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강이나 하천들이 워낙 오염되어 있어 가당찮은 이야기로 그럴 수는 없고,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말라는 것입니다. 원장님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염소는 휘발성이 있어 시간이 지나거나 끓이면 날아가버리니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지만, 수돗물에 넣는 불소화합물이란 알루미늄 공장이나 비료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독극물이 아닙니까? 그런 독극물, 산업폐기물을 우리가 먹는 수돗물에 넣는 것에 대하여 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수돗물로 충치예방을 하자는 것은 예방을 무차별적이고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의료행위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제도라고 생각되어서입니다. 어린이들의 생명에 직결되는 홍역이나 천연두 같은 예방주사나 장티푸스 예방주사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강제로 실시하지 않는데, 하물며 충치예방을 위하여 강제로 시행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수돗물로 예방을 한다는 것은 그 물을 마시지 않으려면 포항시를 떠날 수밖에 없으니 그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강제적인 '예방주사'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노인들까지도 그 약물을 억지로 마셔야 한다니, 왜 그래야 하는지, 참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셋째, 어떤 약이든지 몸의 한 부분에 좋으면 다른 데에 해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로 원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심장약, 폐병약을 먹고 위가 나빠져 혹은 피부가 가려워 고생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보약이라고 널리 알려진 인삼도 사람의 체질이나 건강상태에 따라서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비타민 C도 그렇다고 하고요. 돌아가신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귀가 먹어 평생 고생을 하게 된 것도 어릴 때 병으로 열이 높은 아이에게 할머니가 보약이라고 인삼을 먹여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독극물인 불소가 어찌 몸의 다른 부위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불소가 몸에 축적되면 갑상선 장애, 신장 장애, 골경화증은 물론 골암과 간암에 관계가 있다는 연구논문도 있는데 말입니다.

  넷째, 그렇기에 충치예방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전적으로 맡기자는 것입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불소도포를 하거나 불소물로 가글을 할 수 있고, 불소치약으로 양치하는 방법도 있으니, 그것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소화에 대한 각국의 공식 입장 중 벨기에의 경우에는 "공공식수의 불소화는 벨기에에서는 한번도 행해진 바가 없고, 장래에도 행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식수공급 당국의 기본 임무는 사람들에게 의료적 처치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료처치는 보건당국의 책임이지 수도당국의 책임이 아닙니다. 불소섭취가 필요한 개인들은 식품, 치약 등과 같은 불소섭취의 다른 원천을 고려하여 의사가 구체적으로 내린 처방을 따라야 합니다"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합리적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원장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시어 좋은 결과가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