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수돗물불소화의 폭거   (칼럼)

  천규석

 

천규석 - 농민, 공생농두레 이사
〈국제신문〉 2002년 5월 3일자
 《불소화반대소식》2002년 8월 제11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약칭으로 '건치'는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민중과 함께 하는 민주화운동 단체로 내 기억에 더 크게 남아있다. 농촌에 정규 치과가 없던 시절, 내가 풍치 치료를 받기 위해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도시의 건치회원 치과에서는 공장 근로자들과 변두리 주민들에게 무료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돈이 궁한 농민이라고 내게도 치료비를 안 받으려고 했다.

  이런 기억과 인연들 때문에 나는 건치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내게 우호적인 사람이나 조직이라고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고, 만일 오류가 있다면 우호적인 관계일수록 그 잘못에 대한 충고는 더 따끔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때 내가 간 건치회원 치과에서 처음으로 수돗물불소화로 충치를 예방하자는 홍보물을 보았을 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소가 설사 충치를 완벽하게 예방하는 확증이 있다 해도 그것은 비소 다음으로 무서운 독극물임을 문외한인 나도 다 아는데 그들이 모를 리 없다. 이런 독극물질을 다만 일부 아이들의 충치예방을 위해 모든 수돗물에 푼다는 것은 민주화운동 등 건강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째, 수돗물불소화가 생태계에 미칠 나쁜 영향을 계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너무도 헤프게 쓰이는 수돗물 양을 고려하면, 적정량이 아무리 미량이라 해도 그 많은 수돗물 속에 풀린 결코 적지 않은 불소는 주변 하천에 퇴적되고 또 지속적으로 오염시켜 갈 것이다. 충치예방을 위한 다른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굳이 한번 교란되면 복원이 쉽지 않은 생태계에 대한 무모한 공격행위까지 동원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길이 아니다.

  두번째, 법률에 의한 강제적 수돗물불소화는 사람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박탈하는 강제의료행위다. 충치에 걸리는 나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늦어도 고등학생 때까지다. 그 십대 연령층의 인구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아무리 많게 잡아도 전체 인구의 칠분의 일을 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아무리 아이들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칠분의 일의 아이들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에게 억지로 독극물을 마시게 한다면 이보다 더한 반민주적 폭력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최근의 연구는 수돗물불소화 지역과 아닌 지역 간의 충치발생률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오히려 불소화지역에서 중추신경계 문제 유발, 인지능력의 결핍, 노인들의 둔부골절률 증가, 생식기능 저하, 각종 암발생률 증가 등의 부정적 결과만을 축적시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미 수돗물을 불소화한 지역이나 나라에서도 이를 중단하거나 추진계획을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돗물불소화 프로그램을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집단은 미국치과의사협회다. 김동성 사건이나 차기전투기 강매 등을 들지 않더라도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대충 다 안다. 그래도 이 나라의 최고 지식인 집단이라 할 건치가 미국치과의사협회의 주장을 금과옥조로 받들겠다면, 충치에 노출된 십대 중에 원하는 사람에게만 불소도포나 불소양치 등의 조처를 취하게 하면 된다.

  거의 대부분의 질병들이 다 그렇지만 충치의 근본 원인도 불소 부족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일상의 음식 탓이다. 내 형제 자매는 일곱인데, 우리가 십대였던 그때 그 시절에 칫솔질을 제대로 한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들어 풍치 고생은 하고 있어도 그러나 충치 먹힌 사람은 칠남매 중에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인스턴트식품에 노출되었던 우리 형제들의 2세들(지금 10-40대)치고 충치 안먹힌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신체건강과 마음건강 그리고 세상의 민주·자주화를 진정 원한다면 삶의 근본인 먹거리의 자주화 운동을 우선시켜야 한다. 우리 밥상으로부터 대표적인 제국주의 식품인 설탕과 설탕 중심의 구미식 가공식품의 추방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제품 불매운동과 더 나아가 WTO체제 반대운동 등에 앞장서야 한다. 이같은 온갖 육체적 사회적 질병의 원천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그 질병의 장본인이 제공하는 예방책이나 치료책만을 무조건 추종하는 짓이야말로 병주고 약주고, 등 치고 배 만져주는 음모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