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상식과 전문지식의 갈등   (칼럼)

  김진국

 

김진국 - 의사,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
《사회비평》 2002년 겨울호에 실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
 《불소화반대소식》2003년 1월 제12호


 

 

 

 

 

 

 

 

 

  수돗물불소화의 안전성은 전문가들의 역학조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치의학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역학조사는 인간의 지식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연구방법이며, 부분의 결과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학조사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현실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수돗물불소화는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전혀 고려치 않은, 무차별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수돗물불소화가 도덕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치과의사들이 주장하고 있는데, 수돗물불소화는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극도로 탄압되었던 1981년에 도입되어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은 채 사업시행 지역이 확대되어 왔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치과의사들의 수입(감소)과는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수돗물불소화 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치과의사들의 수입이 현격히 증가했으며, 수돗물을 통해 불소를 먹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도덕성 있는 사업이라 보기는 어렵다.

  한편, 치과의사들은 불소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질병의 예방·치료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수구반동, 반민중적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수돗물불소화가 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사업일 뿐 아니라, 불소가 든 수돗물을 마심으로써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소수(가령, 만성신부전환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사업이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불가능한 사업이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소수는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다는 공리주의 윤리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공리주의 윤리관에 그 뿌리가 있는 것인만큼 정작 누가 신자유주의자인지를 되묻고 싶다.

  치과의사들은 수돗물불소화를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불소화는 환경오염과 전혀 무관하며,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함으로써 자연상태의 물로 만들어주는 것이므로 오히려 생태주의에 입각한 사업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환경이나 생태라는 말이 21세기 중요 의제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과학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자연과 대립되는 인공물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그 주기가 빨라짐으로써 자연의 자정·복원능력을 넘어선 탓이다. 따라서 인공불소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과정이 반복되는 불소화는 결코 환경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수돗물불소화를 반대한다고 해서 불소가 충치예방효과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돗물불소화는 불소와 관련된 치의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므로 수돗물불소화 이외에 다른 방법을 얼마든지 고안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소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타협의 접점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충치예방을 위해 불소를 도포하게 하거나 불소가 든 물로 양치질을 하게 하도록 설득하고 권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고, 이런 방식이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치과의사 개개인들의 신뢰수준과 노력에 달려있다.

  결국 치과의사들이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료의 원칙(설득과 권유에 의한 사전동의의 원칙)을 지키고,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가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받아들인다면 수돗물불소화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쉽게 결론이 날 것이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