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불소로 인해 우리 가족이 입은 피해

  몸에 좋은 줄만 알았던 불소 함유 온천수 … 엄청난 신체적·정신적 고통만

  탁은정

 

 탁은정 - 한살림대전 실무자
《불소화반대소식》2001년 10월 제7호


 

 

 

 

 

 

 

 

 

  튼튼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의 하나라고 하건만, 나와 우리 형제에게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귀한 복 가운데 하나를 우리 식구들이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던 것은 바로 불소 때문이다. 최근 충치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이 평생 마시는 수돗물에 불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하려는 움직임이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소 때문에 그동안 말못할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온 나로서는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이미 여러 각도에서 수돗물불소화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밝혀지고, 또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바로 우리 주위에도 이미 불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녹색평론》에서 불소가 많이 함유된 지하수 때문에 다리가 휜 인도소녀의 사진을 본 적이 있고, 터키의 어느 마을에서는 노화촉진 물질인 불소 때문에 서른살밖에 안된 사람들이 노인네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불소로 인한 피해, 먼 나라 이야기 아니다

  내가 세살 되던 해 우리 집은 대전 근교의 유성이라는 온천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아버지께서 온천개발을 하셨기에 우리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온천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었다. 사실, 그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던 시절이어서 너도나도 온천 원수를 받아먹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기에 우리 가족은 별다른 의심없이, 남들은 구하기조차 힘든 온천수를 날마다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게 여기며 살았다.

  그렇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가족은 새로 나온 내 영구치가 몇년을 닦지 않은 것처럼 누런색을 띠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나는 그때부터 치과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상태가 좋아지기는커녕, 누런색을 띠던 앞니가 점점 패이더니 결국은 부서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치료조차 불가능했던 반점치

  우리 가족의 치아를 치료해주시던 치과의사 선생님한테서,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온천물 속에 들어있는 불소 성분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불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치아가 누렇게 변한 다음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특히 유성지역에서 태어난 내 동생들은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바로 아래 여동생은 젖니를 갈기 시작할 때부터 이가 부서지기 시작했는데, 현재 그 동생은 대부분의 이가 의치(義齒)이며, 남은 이마저 치과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지 않으면 다 부서질 지경이다. 둘째 여동생은 치열을 교정하던 중에 이가 부서져 더이상 교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앞니는 짙은 누런색을 띤 지 오래이며 곧 부서질 듯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의치로 바꿔야 할 정도이다. 막내 남동생은 치아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군입대 면제 판정까지 받았으니, 그 애의 치아상태는 말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가기를 싫어하는 치과를 집 드나들 듯이 하는 우리 가족들이 져야 할 짐은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인 비용도 엄청난 것이었다.
 

  엄청난 신체적·정신적 고통

  앞에서도 말했지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와 일부 치과의사들은 지금, 우리가 날마다 음용하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어 국민들의 충치를 예방한다는 수돗물불소화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한다.

  수돗물에 투입하는 불소화합물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불소가 치아 이외의 장기나 신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불소에 특별히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과연 없는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불소가 첨가된 수돗물을 평생 마셔야 될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부 전문가들이 판단하여 이를 밀어붙인다면 이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 나로서는 의심스러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보건복지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우리나라 사람 중 15%는 불소화된 수돗물을 먹어야 한다)이 자신도 모르게, 또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불소화된 수돗물을 장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식구와 같은 불행한 경우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소는 독성물질이다

  며칠 전 유성의 온천사업소에 가서 알아본 결과 유성지역 온천수의 불소농도는 3.3ppm*이었다. (한국자원연구소가 1998년 4월 유성구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성분분석 결과) 다른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니 온천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2.6-6.1ppm 사이의 불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물론 수돗물불소화에 사용되는 불소의 농도는 1ppm으로, 온천수 속의 불소농도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불소의 독성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사람마다 물을 섭취하는 양이 다르고, 직접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는 불소를 섭취하게 되므로 한 사람이 섭취하는 불소의 총량은 따지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불소는 몸에서 완전히 배출되지도 않고 많은 양이 치아와 뼈에 계속 축적된다고 들었다.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일률적으로 1ppm을 첨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섭취하는 양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소가 많이 든 음식이나 차, 특히 청량음료나 가공식품, 먹는샘물 등을 통해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입힌 정도의 불소농도에 노출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특히 불소 때문에 이가 모두 망가진 내 입장에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던 자료가 있었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에서 최근 발간한 《수돗물불소화를 우려한다》라는 자료집에 실린 폴 코네트 박사의 글을 보니, 미국 국립치학연구소에서 4만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수돗물에 0.7-1.2ppm 정도의 불소가 들어있을 경우 29.9%의 어린이들에게 치아불소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히 말하면, 충치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하는 농도에서도 이미 불소에 의해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나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치아불소증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몸에서 치아와 뼈가 비슷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치아에 반점이 생기고 패이고 심지어 그것이 잘 부서지는 지경에까지 이른다면 보이지 않는 몸속의 뼈에도 분명히 어떤 심각한 이상이 생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불소가 소화, 흡수, 축적되는 과정에서 뇌를 비롯한 우리 몸 전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피해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되어 나타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불소 때문에 너무도 명백한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서 나는, 우리 가족의 사례나 위에서 말한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신중하게 받아들인다면 불소문제는 더이상 충치예방 문제가 아니라 치아불소증 등 불소의 유해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도 나는 섭취가 아닌 접촉에 의한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는 믿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불소로 인해 반점치가 생겨 결국은 충치 이상의 곤란을 겪게 된다면, 그리고 그 때문에 반점치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를 드나들어야 한다면 도대체 "저비용으로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요즘 우리나라처럼 치과치료에 드는 의료비용이 여타 치료비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경우에 말이다.
 

  수돗물불소화를 용납할 수 없다

  "가족들의 이 때문에 미안하다"고 내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이 온천지역에서 사느라고 식구들이 이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아버지는 그것이 당신의 책임이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다른 부위에서 생긴 암이 나중에는 골암으로까지 전이되었다. 반드시 그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불소와 골암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나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를 원망할 수가 없다. 그때는 아무도 온천수 속의 불소를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소라는 물질이 얼마나 위험하고 독성이 강한 물질인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불행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전 온천사업소를 방문했을 때나 보건환경연구원 등 관련 기관의 연구원들을 만났을 때에 나는 모든 사람들이 온천수 속의 불소농도에 대해 말하면서, 따라서 음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이라면 상수도도 갖추어져 있고 온천수가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더이상 온천수 때문에 우리 가족 같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바란다.)

  그런데, 이미 문제를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피해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최소한 한 가족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준 독성물질을 어떠한 명목으로든 공공의 수돗물에 인위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을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 참고로 미국 환경청에서 1985년 발표한 '먹는물 속의 불소 최대 허용치'는 리터당 4㎎(즉 4ppm)으로서, 유성지역 온천수 속의 불소농도 3.3ppm은 이 기준에 따른다면 먹는물로서 '안전한' 것이다. 수돗물불소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온 미국 환경청의 이러한 '기준'과 관련해 환경과학자이자 미국 환경청 전문가 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던 로버트 카턴(Robert Carton) 박사는 이것이 "과학에 대한 정치적 간섭의 고전적인 사례"라고 증언한 바 있다. 즉 이 기준은 치아불소증 등 불소의 독성작용과 관련된 과학적 자료들을 무시하고 수많은 의학적 자료들을 선택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수돗물불소화' 정책을 '보호'하려는 목적에 과학을 끼워맞춘 '속임수'라는 것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자료집《수돗물불소화를 우려한다》에 수록된 로버트 카턴 박사의 글〈먹는물 속 불소 허용치 기준평가에 대하여 ― 불소문제에 관한 미국환경청의 속임수〉를 참고하면 된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