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초등학교 불소양치, 다시 생각하자

  노미경

 

 노미경 - 포항 남성초등학교 교사
《불소화반대소식》1999년 12월 제2호


 

 

 

 

 

 

 

 

 

  1997년 지금 있는 이 학교로 옮겨왔는데, 아이들 모두 '남구보건소'라고 찍힌 양치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불소양치를 했다. 그때 우리집 아이들은 유치원과 1학년에 다녔는데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웠다. 불소가 충치예방에 좋다고 하는데 불소양치를 공짜로 시켜준다니 참 좋았다. 그렇게 1년을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불소양치를 하고, 안한 아이들은 혼을 내가면서까지 열성을 보였다.

  1998년, 해가 바뀌고 양호교사가 바뀌었다. 이분은 불소양치를 1주일에 한번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매일 하도록 했다. 우린 또 열심히 불소양치를 했고, 남구보건소에서 치과의사와 간호사가 나와 구강검사, 구강보건교육도 자주 했다. 시내에서 5년 근무할 때는 양호교사가 보건수업은 가끔 했지만 치과의사나 간호사가 와서 구강교육을 하는 건 처음 보아서 아주 반갑고 좋았다.

  그러던 중에 녹색평론에 실린 수돗물불소화의 문제에 관한 글을 읽었다. 불소에 대해 이때까지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또 일본교원노조 양호교사들이 연구에 참가하여 일본불소연구회에서 펴낸 책《위험하다! 불소를 이용한 충치예방》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집단불소양치의 문제점이 여러 각도에서 지적되어 있었다. 특히 아무리 저농도라고 하더라도 독극물인 불소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 양치질을 시킨다는 것은 의료적인 문제 이전에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을 읽고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불소양치는 교육적으로도 문제있다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이들에게 불소얘기를 했다. 그리고 양호교사와 얘기하고 보건소 치과의사와도 얘기했다. 전문가들은 불소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 안전하다,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때부터 우리 반은 불소양치를 '소홀히' 했다. 나도 강제로 시킬 마음이 없었고, 양호교사도 더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1999년 9월, 다시 양호교사가 바뀌었다. 뜸했던 불소양치가 다시 시작되었다. 양치컵 조사를 하니 없는 녀석들이 많아 또 새로운 컵들이 왔다. 그리고 불소양치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운동회, 가을소풍도 끝나고 조용한 학교에 불소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해졌다. 먼저〈불소화반대소식〉을 교장선생님과 양호선생님께 드리고 불소가 아주 위험하다고 말씀드렸다. 전교어린이회에서〈불소화반대소식〉을 나누어주고 불소양치에 대한 위험성을 알렸다. 어머니회장과 운영위원장에게도 자료집을 보냈다.

  교장선생님은 매우 신중한 분인데 시보건소, 교육청 보건계장, 도교육청 보건과에 연락을 하고 자료집을 살펴본 다음, "불소가 그렇게 위험한데 당국에서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공직자이니 국가시책에 따라 불소양치를 계속하되 교사가 임장지도하고 시간을 정확히 지켜달라"고 했다.
  전교어린이회에서는 "불소양치를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고, 소식지를 전교생에게 복사해서 나누어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학부형들은 "도대체 우린 불소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쁜데 왜 학교에서는 시키느냐. 우리가 무슨 일을 도와주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며칠 전에는 남구보건소를 찾았다. 치과의사 선생님은 만나지 못하고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포항시에서 4-5년 전부터 불소양치가 시작되었다는 것, 현재 시내 초등 12개교에서 실시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포항 유강정수장에서는 1996년부터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고 있는데, 이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은 포항 남구지역 중 시가 지역에만 공급된다. 불소화되지 않은 지역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은 학교들을 중심으로 불소양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들도 불소의 충치예방효과를 확신하고 있었다. 포항시 중 불소화된 지역과 다른 지역의 충치를 비교한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은 없다. 불소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쯤에는 포항에서 연구한 자료가 나올 것이다." 불소양치가 시작된 것이 4-5년 되었고, 일부지역에서는 3년째 수돗물불소화가 진행중이라면 지금쯤은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자료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간호사는 구강보건실이 1997년에야 설치되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불소양치 예산은 보건복지부에 필요량만 보고하면 내려보내주므로 보건소 별도예산은 들지 않고 양치컵 같은 것은 시예산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사업계획을 세워 보고하게 되어있는 것이므로 강제성은 없다고 했다. 불소반대운동이 각 지역에서 특히 보건소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불소 자체는 위험성이 있지만 지금의 양치나 수돗물 농도는 그렇게 염려할 수준이 아니므로 협조를 부탁한다"고 간호사는 덧붙였다. 불소가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그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게 위험한 물질이 수돗물에 들어가고, 우리 아이들은 그것을 희석시켜 양치질을 한다? 참으로 기괴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한 물질'로 양치질을?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직도 결정된 게 없는 듯하다. 결과가 5년 뒤에 나올지 10년 뒤에 나올지 알 수 없는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이 '불안함'이 아닐까? 그리고 그 불안함을 주는 물질을 내가 거부할 권리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얼마전부터 국가에서 공짜로 놔주는 예방주사도 학부모 동의 없이는 함부로 못 놓게 되었다. 이제 불소양치도 마땅히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수돗물불소화와 불소양치가 정말 '혜택'이라고 하더라도 마을주민들과, 아이들, 교사가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 시행해야만 건강하고 성숙한 민주사회라고 생각한다.


 

  FDA, 불소치약에 경고문 부착 지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7년 4월부터 생산되는 불소함유 치약 뒷면에 "만약 당신이 이 치약을 양치용 이상으로 잘못 삼켰다면 즉각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거나 독물중독 센터와 접촉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지시했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