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

 

  '이라크의 자유'와 수돗물불소화

  오세영

 

오세영 -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장
《불소화반대소식》2003년 4월 제13호


 

 

 

 

 

 

 

 

 

  미국의 이라크 폭격이 시작되었다. 온갖 언론에서는 컴퓨터 게임 방송하듯 참혹한 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언론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려줄 거라 보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이번 전쟁에 대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느니, "박진감이 난다"는 등 죽어가는 많은 생명에 대한 비통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잔악무도한, 제철을 만난 듯한 CNN방송의 표현은 소름마저 끼치게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의 실질적인 목적은 매장량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이라크의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차지하려는 것임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본질적으로 이번 전쟁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이 '석유시대'가 빚어낸 또하나의 비극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석유를 중심으로 한 재생불가능한 사회체제를 지속가능한 생활체계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이번 전쟁의 공범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번 전쟁을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인들의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령 후세인이 20여년간 독재자로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하더라도, 이라크 국민들의 자유와 해방이 과연 이번 전쟁으로 얻어질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라크의 자유와 해방을 찾아야 할 주체는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가 아니라 바로 이라크 국민이다. 미국이 진정 이라크 국민들이 자유롭기를 원한다면, 10여년간의 경제제재나 수많은 이라크 국민들을 죽이는 전쟁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임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는 미국이 이 명분없는 대이라크 침략전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또한 이번 전쟁으로 부상당한 이들과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그런데 이러한 무지막지한 전쟁과 유사한 논리로 우리 사회에 행해지는 또다른 폭력이 있다. "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에게, 특히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해 충치의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에게 불소화는 더욱 절실하다"라는 논리로 실시되고 있는 수돗물불소화가 바로 그것이다. 불소화는 군부독재 치하였던 80년대, 치과의사로부터 권유를 받은 모 장관의 명령으로, 대다수의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81년 경남 진해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국민들이 겪는 충치의 고통을 정부와 일부 전문가가 벗어나도록 해주겠다는 발상이었다. 실제로 수돗물을 사용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들의 논리에 의해 시행되는 수돗물불소화! 이것은 마치 미국이 '이라크의 자유'를 찾아주겠다며, 전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하게 자행하는 이번 전쟁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런지.

  미국은 "자유를 찾아주겠다"며 결국 이라크 국민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럼, 수돗물불소화는 어떠한가? 충치예방 효과조차 미미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도 주민들을 충치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비료공장의 굴뚝에서 채취한 독성 산업폐기물을 수돗물에 넣고 마시게 하고 있다. 불소화된 수돗물로부터 매일 조금씩 섭취하는 불소는 우리 몸에 반 이상이 축적돼 치아불소증은 물론 뼈질환, 골절률 증가, 지능저하 등으로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충치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충치예방을 위한 최선의 길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맹독성 물질인 불소를 이용한 방법이 아니라, 설탕이나 청량음료 등 단것을 적게 먹도록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이라크 민중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이라크의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가 아니듯,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충치예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정부도, 일부 전문가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충격과 공포'로 힘들어 하는 이라크인들의 고통이 최대한 빨리 끝나길 간절히 염원한다.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