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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돗물불소화의 문제

  김종철

 

 

 

 

 

 

 

 

 

 

 

  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 . 편집인. 영남대 교수
《녹색평론》1998년 9-10월 제42호.


 《녹색평론》은 지난 8월초 수돗물불소화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다섯편의 글을 묶어 특별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실은 여러해 전부터였다.

  1981년에 경남 진해에서 처음 시도된 우리나라에서의 불소화 프로그램은 곧이어 청주, 과천, 포항, 구리, 대전 등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바로 며칠 전에는 울산의 정수장에서도 불소첨가가 시작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확대일로에 있는 수돗물불소화라는 보건정책이 얼마나 철저한 과학적 . 법적 . 사회윤리적 검토를 거치고 시행되느냐 하는 것이다. 설혹 불소가 절대적으로 안전성을 보증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무차별로 공중의 먹는물 공급체계에 이것을 첨가하여 마시게 한다는 것은 이미 단순한 권장수준이 아니라 강제적 의료행위라는 비판을 받을 충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불소화의 혜택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전문가집단의 주장을 아무런 비판적 검증없이 오랫동안 수용해온 대다수 언론의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로 말미암아, 일반대중은 불소 및 불소화에 관한 충분한 정보나 지식도 없이 무턱대고 이 시책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어떠한 정보나 지식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는 시대는 더이상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지식의 세분화로 말미암아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정보와 지식이 심하게 왜곡되고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떻든,《녹색평론》의 편집일을 통해서 우리는 특히 근년에 이르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등 현재 수돗물불소화가 시행중인 나라에서 불소화 반대운동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운동의 배경에는 50년 전 미국의 한 지방 소도시에서 불소화가 시작된 이래 그동안 갈수록 불소화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끊임없이 축적되어왔다는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녹색평론》의 우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불소라는 화학물질을 수돗물에 넣어 충치를 예방하겠다는 '기발한' 발상법에 저항을 느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안전성을 갖고 있으리라는 데 대해서는 대다수 한국인들처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수개월 동안 꼼꼼히 자료를 검토한 결과는, 이것은 그렇게 간단히 지나쳐 넘길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이것은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며, 생태계의 보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정확하고 광범한 지식을 토대로 하여, 일부 전문가들의 로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지식을 갖춘 시민들 자신의 민주적 토의를 통해 불소화의 시행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판단 밑에서, 기초자료의 일부를 제공하기 위해《수돗물불소화의 문제》라는 특별자료집을 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가 특별자료집을 발간한 이후 이 자료집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수돗물에 첨가된 불소가 잠재적인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얘기여서 너무나 놀랍다는 것이었다. 일부 치과전문가들과 그들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대다수 언론의 일방적인 불소찬양론만 활개를 쳐왔을 뿐, 이 중대한 건강 프로그램의 진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무지몽매했던가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펴낸 자료집은 ― 일부 언론의 보도 덕분에 좀더 널리 알려지면서 ― 불소화 추진론자들로부터의 격렬한 비난 .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인터넷속에 굴러다니는 무가치한 자료들을 토대로 엮어낸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문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시한번, 수돗물불소화는 세계의 다수국가에서 시행중에 있는 가장 성공적인 공중보건 프로그램으로서 미국정부와 공식의료당국과 세계보건기구가 강력히 지지하며, 지금까지 불소화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였다.

  정말, 불소화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리가 특별자료집에서 강조한 대로, 첫째 의료선진국인 유럽국가와 일본에서 불소화를 시행 안하거나 중단한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둘째 불소화를 핵심적으로 추진 또는 장려해온 미국의 정부기관이 최근들어 불소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하여 좀더 조심스러워지고, 저수준의 불소섭취를 통해서도 독성작용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작년(1997년) 4월 이후 미국에서 생산 판매되는 모든 불소치약에 대하여, 치약의 뒷면에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 "만일 양치용 이상의 치약을 삼켰을 때는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거나 독물중독센터와 접촉하십시오."(Warning : As with all fluoride toothpastes, keep out of the reach of children under 6 years of age. If you accidentally swallow more than used for brushing, seek professional assistance or contact a poison center immediately.)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열광적으로 불소화 시행을 추진하는 핵심적인 그룹은 미국치과의사협회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협회는 최근 아이들의 불소섭취 적정기준을 새로이 수정하고 있다. 미국치과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Dental Association) 1995년 12월호(1622면)에는 불소화된 먹는물의 농도에 따른 불소보충제의 복용 기준을 개정한 결과가 나와 있는데,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불소가 아무리 적게 함유된 물 ―  0.3ppm 이하 ― 을 이용하는 지역에서도, 생후 6개월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일체의 불소보충제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권고사항이다.

  오직 과량섭취했을 때만 독성작용을 일으킬 뿐 적량을 섭취하면 불소는 훌륭한 영양물질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해온 미국치과의사협회가 지금에 와서 갓난아기에게는 불소를 조금도 섭취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작업 자체는 나날이 쌓이는 과학적 증거를 일부나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수돗물에 화학물질을 투입하여 충치예방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 내세워온 유력한 논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불소의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소화된 지역에 살면서, 갓난아기를 가진 가난한 ― 불소를 제거할 수 있는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따로 사마실 여유가 없는 ― 어머니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크리슈나(골불소증)-가디언 위클리  옆의 사진은 최근 영국의 저명한 신문《가디언 위클리(The Guardian Weekly)》금년 8월 2일자에 게재된 기사에서 인용한 것으로, 최근 인도에서 불소가 다량 함유된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한 결과로 불구가 된 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는 14세이지만 9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 크리슈나는 골불소증 때문에 이웃마을에 있는 중학교까지 이제는 걸어갈 수가 없어서 학교를 포기하였다고 한다.

  인도는 근년에, 점차로 고갈되는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갈수록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수를 양수기로 끌어올려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지하수에 지하암반에서 녹아나온 불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음이 최근에 발견되었고, 그것과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아이들의 심각한 골격변형과의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요컨대, 이것은 다시한번 불소의 끔찍한 독성을 증명하고 있는 재앙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물론 이러한 극단적인 재앙은 불소의 과량음용 탓이지만, 이러한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독성물질인 불소를 의사의 개별적인 처방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수돗물불소화를 통해서 다수 대중들에게 음용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이며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것이다.

  불소화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늘 '적정량'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물을 섭취하는 습관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물을 마시는 양이 여러 조건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며, 더욱이 오늘날에는 수십년 전에는 없던 불소치약을 비롯하여 다양한 불소제품들이 널려 있고, 갖가지 식품과 쥬스, 과일, 소프트 드링크, 포도주, 차(茶)에 많은 농도의 불소가 함유되어 있는 까닭에 다수 대중이 불소에 노출될 기회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정수준의 불소섭취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불소화된 수돗물로 샤워만 해도 견딜 수 없어 하는 민감성 체질을 가진 사람도 극소수나마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어 있다.

  불소화된 수돗물을 가지고 불소섭취의 '적정량'을 설정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소함유된 물을 끓일 때 불소의 농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수돗물은 그대로 마시는 데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음식을 조리할 때 끓이는 데 이용된다. 더욱이,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알루미늄 조리기구로 불소화된 물을 끓이면 그 물속에 알루미늄이 엄청나게 녹아나와 농축된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정량'의 불소섭취를 운운한다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소문제에 있어서 빠트릴 수 없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체에 섭취된 불소는 일부만 배출될 뿐 상당량은 몸속에 잔류 .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신진대사 기능에 이상이 있는 신장병이나 당뇨병환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무차별로 공급되는 불소화된 수돗물은 친불소화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저수준 ― 보통 1ppm ― 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 그 장기적인 결과는 위험천만한 것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서 보는바, 인도 아이의 모습은 먼 나라의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또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현재 불소화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미국의 공식적 정부기구에 의해서 편찬된 최근의 한 책자 ― 국립아카데미 출판부 간행《불소섭취의 건강효능(Health Effects of Ingested Fluoride)》(1993년) ― 도 스스로 불소화의 잠재적 유해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자는 불소화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주장과 증거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데 대응하여 미국 환경청(EPA)의 요청으로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의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것인데, 이 보고서의 머리말은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당 소위원회는 불소의 독성에 대한 연구자료에 비일관성이 있고, 지식에 빈틈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므로, 위원회는 불소섭취, 치아불소증, 뼈의 강도 및 골절, 그리고 암유발성에 관하여 더이상의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불소화 추진론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미국의 공식기관의 문서가 이렇게 명백히 언명하듯이, 불소의 인체 유해성 문제는 일부 치과전문가들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확언하는 것처럼 결코 최종적인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 불소화 문제는 '더이상의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고 당국이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동안 수돗물불소화는 충치예방에 굉장히 효과적일 뿐더러 부수적으로 어른들의 골다공증까지 예방해준다는 주장을 대다수 시민들은 ― 미국이나 한국에서 ― 순진하게 믿어왔다. 어떤 경우에도, 수돗물불소화라는 보건정책이 최소한도로나마 성립할 수 있는 대전제는 충치예방을 확실히 하면서, 인체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미국의 관계 당국의 공식문건에서도 이것은 연구가 더 필요한 문제라고 확인하고 있다. 그러니까, 결국 불소화의 안전성은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도 '의심스러운' 것임이 틀림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  office@no-fluoride.net